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사람 돕는 게 우리 임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사람 돕는 게 우리 임무”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3.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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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인터뷰]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정소현 소방교
2020년 3월 입문… 2022년 7월부터 상황실 근무
4조 2교대 순환… “욕도 많이 듣지만, 보람도 커”
언니도 구급대원… “사명감·봉사 정신 필요한 일”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2014년 세월호, 2017년 제천의 스포츠센터 그리고 2022년 이태원까지… 우리는 ‘안전’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러 일을 겪었다. 내포뉴스는 창간 3주년을 기념할 인터뷰 대상을 고민하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숱한 사건·사고와 참사를 겪으면서도 안전한 삶은 담보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런 사람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정소현 소방교. 그는 1월의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노진호 기자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정소현 소방교. 그는 1월의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노진호 기자

이번 주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전할 이번 인터뷰의 첫 번째 주인공은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정소현 소방교(29)이다. 충남 소방의 전체 정원은 4266명이며, 소방행정과 등 5개 과와 119종합상황실이 속한 본부와 충청소방학교, 15개 시·군 관서, 119특수대응단, 안전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충남소방본부 홈페이지 참고).

충남소방본부는 지난해 총 70만 8467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하루에 1941번, 한 시간에 81번, 1분에 1.3번 정도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는 뜻이다. 2023년 접수된 신고 중 구급은 14만 8391건이었으며, 구조와 화재는 각각 4만 6373건과 3만 3754건이었다. 각종 민원 안내는 30만 8663건이고, ‘비긴급’으로 분류된 건 17만 1286건이었다.

정소현 소방교가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사람을 살리기 시작한 건 2022년 7월부터다. 그는 2020년 3월 소방관이 됐고, 청양소방서 화재 진압과 회계 업무 등을 경험했다.

정 소방교는 “천안에 있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산업경영을 전공했다.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한 건 2017년쯤인데, 구급대원인 언니의 영향이 컸다”며 “시험은 2년 정도 준비했다. 필기와 체력을 병행해야 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119종합상황실은 ‘4조 2교대’로 돌아가며, 주간(오전 9시~오후 6시)과 야간(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휴무(이틀) 등으로 짜인다. 정 소방교는 “종합상황실은 한 번에 19명이 함께 근무하는데 상황관제와 상황관리, 구급상황관리 등으로 구성된다”며 “주간에는 100건 정도이고, 많을 땐 150건을 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급 신고가 오면 신고자 상태를 파악하고 위치를 확인한다. 위치가 안 잡히기도 하는데 그럴 땐 주변 건물 등을 알려주시면 좋다”며 “영상통화를 연결해 위치를 알아내기도 하고, 휴대전화 와이파이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정 소방교는 소방관으로 활동한 4년 중 20개월 정도를 119종합상황실에 있었다. 그는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1월의 ‘최우수 직원’으로 뽑혔으며, 지난해에도 3번이나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짧지 않은 기간이었던 만큼 기억에 새겨진 것도 많아 보였다.

정 소방교는 “2023년 11월 홍성 어사리 항구 인근에서 아이폰 충격 감지 자동신고가 접수된 일이 있었다. 통화는 계속 안 되고, 바다 쪽으로 위치가 잡혀 마음은 점점 급해졌다”며 “해경 등과 공동 대응으로 구조대를 보냈고, 졸음운전으로 자동차가 갯벌에 파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별 탈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구조되신 분이 잘 회복하는 걸 보고, 재난(사고)이 잘 마무리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더했다.

그는 또 “119종합상황실에 처음 와 같이 배워가며 의지를 많이 한 문혜진 소방장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태안에서 근무 중”이라며 “이곳에 처음 배치받으면 3주 정도 교육 기간이 있는데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준 멘토 선배 3분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과 그 속의 사람을 대해야 하는 119종합상황실은 절대 쉽지 않은 자리일 것이다. 정 소방교는 “야간·교대 근무 등으로 일반적인 생활이 이뤄지지 않는 점 자체가 힘들다. 현장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이 확실히 정해져 있지만, 이곳은 예측 불가능한 게 많은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도 ‘감정노동자’다. 일하다 보면 욕도 많이 듣는다. 많이 놀라셔서 그러려니 하는 편”이라며 “가끔은 ‘이렇게 이것저것 물을 시간에 빨리 오기나 해라’라고 호통도 치신다. 그럴 때도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해 조치하는 게 우리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욕설 등이 반복되면 따로 등록도 하고,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일 때는 관련 조치를 검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 소방교는 “장난 전화나 허위신고는 많이 사라졌다”라면서도 “올바른 신고문화가 필요하다. 특히 그냥 지나친 후에 ‘사람 쓰러져 있어요’라고 신고하기보다는 현장에 잠시 남아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고속도로 신고 시 정확한 위치를 몰라 애먹는 경우가 있다. 터널이나 IC 등을 지나칠 때 이름을 잘 봐두시면 도움이 된다”며 “봄 소각으로 인한 불필요한 출동으로 인력·시간 낭비가 되기도 하니 협조 부탁드린다”고 보탰다.

정 소방교는 소방관을 꿈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활동적이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사명감과 봉사 정신이 필요한 일임을 마음에 새기고 준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소현 소방교는 “올해 내 목표는 다이어트다. 한 7㎏만 뺐으면 좋겠다”며 “내가 더 건강해져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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