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식당… “하늘로 떠난 딸이 용기를 줬어요”
20년 만의 식당… “하늘로 떠난 딸이 용기를 줬어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9.0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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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게] 밥상
황칠나무 넣은 닭백숙·오리주물럭 등 인기
신선한 재료만… “가족들 준다는 생각으로”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맞은 편에 있는 ‘밥상’ 임수진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맞은 편에 있는 ‘밥상’ 임수진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충청남도 홍성의료원 맞은 편에는 ‘밥상’이라는 식당이 있다.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거나 유독 피곤하다고 느낀다면 찾아보시길 권한다.

‘밥상’은 지난 7월 14일 문을 열었다(홍성군 홍성읍 조양로 225/041-631-6565). 임수진 대표(54)는 20년 전쯤 홍남초사거리와 조양문 근처에서 어죽집과 분식집을 했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양육에 전념하려고 식당을 접게 됐다. 오랜만에 다시 장사하려니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다시 식당을 연 건 우연인 듯 보였지만,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는 “해남에 아는 스님이 있는데 어느 날 황칠나무를 보내주셨다. 황칠나무를 넣고 백숙을 끓이니 잡내가 없고, 더 담백했다. 가족들 반응도 참 좋았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20년 만에 다시 식당을 하겠다고 결심한 건 스님이 준 선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딸이 전한 용기였다.

임 대표는 “얼마 전 딸을 하늘로 보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느 날 꿈에 딸이 나무 아래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도 그게 황칠나무였던 것도 같다”며 “내게 너무 힘들게 있지만 말고 새로운 일을 해보라고 했다. 생전에도 몇 차례 ‘엄마와 같이 식당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밥상’의 메뉴는 황칠촌닭백숙(7만원), 황칠닭도리탕(7만원), 황칠오리주물럭(반마리 3만 5000원/한마리 6만 5000원), 황칠돼지수육(2만원), 생삼겹살(180g 1만 4000원) 등이며, 소불고기 백반과 생선구이, 가정식 백반, 된장찌개, 차돌된장찌개, 김치찌개, 비빔냉면, 물냉면 등도 판매한다. 백숙과 닭도리탕은 1시간 전 예약해야 하며, 4인분 정도 된다고 한다.

임 대표는 “황칠나무는 전라도와 제주도 일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안다. 우린 해남의 그 스님이 동결건조해 보내주신다”며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황칠닭백숙과 황칠오리주물럭이다. 손님은 50~60대가 많고, 남자분 혼자 왔다가 후에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황칠나무는 진시황이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불로초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이 원산지이며, 사포닌과 정유 성분으로 맛이 달고 성질 따듯하다.

황칠나무는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당뇨, 고혈압 등에 좋다. 또 피로 해소와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며,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와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더불어 면역력 강화 효능과 항균, 항염증에 좋으며 안식향 함유로 머리를 맑게 한다. 특히 몸이 차고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좋은 음식 재료로 유명하다.

‘밥상’ 임수진 대표는 “요리는 다 내가 직접 한다. 우리 가족들 준다는 생각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쓰기 위해 늘 노력 중”이라며 “어르신들이 와 흡족해하고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가실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숙에는 산양삼도 1인당 1뿌리씩 넣어 드리고 있다. 많이들 찾아와 몸보신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밥상’은 오전 11시쯤 문을 열며, 밤 10~11시쯤 닫는다. 쉬는 날은 매주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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