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에서 환경여행 ‘지구를 닦는 남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방영을 앞두고 티저를 내보냈다. ‘나의 쓰레기 아저씨’ 유튜버이자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배우 김석훈의 기획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영방송으로는 처음 시도하는 테마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심각해지면서 시사 다큐와 같은 형태로 늦은 저녁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무거운 내레이션과 함께 방송됐던 터라 이렇게 교양·시사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가오는 환경여행 프로그램의 편성에 일단 기쁘면서도 적잖이 놀랐다.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게 된 것은 갑작스럽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여파가 아닐까 싶다. 바이러스의 침략은 세균감염에 대한 스트레스와 염려로 우리 생활을 정리·정돈하게 하고 불필요한 용품들을 과감히 버리게 함으로써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을 만들었고 나아가 소비에 대한 경각심과 삶의 진정한 가치까지 생각하게 했다.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신종 직업과 자격증도 생겼다. 아마 환경여행도 비우기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개인 인터넷 방송의 활성화로 유명인들의 일상 실천으로 인한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하고 있는 점이 고마울 뿐이다.
환경여행은 달리 말하면 에코투어(ecotour)라고 말할 수 있는데 생태학과(ecology)와 관광(tourism)의 합성어로 거대한 구조물이나 석조물, 지역의 문화나 풍물을 단순히 보고 즐기던 여행에서 벗어나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환경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여행 형태를 말한다.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오지체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처를 방문해 보호하거나 복원하는 활동 등 단순히 보고 느끼는 체험에서 벗어나 환경파괴 현장을 직접 찾아 경험하고 복구에 동참하는 여행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얼마 전 지속가능발전 교육 1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할 기회가 있어, 당진시 합덕수리민속박물관과 경기 화성에 있는 아이멤팩토리라는 곳을 일선의 선생님들과 함께 방문했다. 그동안 지나쳤던 합덕수리박물관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물을 대하는 태도와 관리 보존 등에 대해 이해하고 현재 우리가 물을 이용하는 자세와 노력할 방안들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고. 수퍼빈 주식회사는 네프론이라는 AI 기반의 로봇 기술을 이용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보상이 주어지는 순환경제체제를 이끄는 신생 기업으로 건물부터가 자원순환의 의미를 담아 U자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기업의 가치관을 잘 말해줬고 아이엠팩토리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폐기물 공장과는 전혀 다른 쓰레기의 가치와 문화를 재창조한 놀라운 현장이 있었다. 그저 보고 넘기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과 이야기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앞으로 각자의 실천 방법들에 관해 이야기한 시간들은 내 삶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우리 충남도에서도 농촌체험활동, 갯벌체험활동, 숲 체험 등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요즘엔 직장인들의 일과 쉼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워케이션이 각광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환경과 지속가능발전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지속가능발전 환경 프로그램이 소규모 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이 생겼으면 한다. 그리고 날로 늘고 있는 캠핑문화가 더 이상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지 않기 위해서 제로웨이스트 캠핑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
우리는 유난히 뜨거웠던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더 이상 봄이 가면 여름, 가을, 겨울이 온다는 사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자의든 타의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존의 소재가 공중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보편타당한 화두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이미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중에 ‘삶에 진정한 가치는 어떻게 살았는지에 달려있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를 어떻게 가질 것인지, 환경문제의 모든 것은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