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꽤 ‘역사적인 달’이다. 한반도 고대 국가의 탄생(10월 3일 개천절)과 우리 문화의 중심(10월 9일 한글날) 그리고 분단 현실과 그에 따른 숙제(10월 1일 국군의 날)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기다. 이같이 역사적인 달을 맞아 읽어볼 만한 책 한 권을 추천한다. 조금 억지스러운 연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보면 용서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내포뉴스가 고른 책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박태균 교수가 쓴 ‘이슈 한국사’다. 저자인 박태균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나왔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버치 문서와 해방정국’, ‘한국전쟁 - 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야 할 전쟁’ ‘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사건으로 읽는 대한민국’,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등이 있다.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이란 부제가 붙은 ‘이슈 한국사’는 △독도: 지금부터 우리 땅? △과거사 망언: 미군정의 실책, 억울한 한일 △영토: 한 반도 두 나라 △식민지 근대화론: 우리 안의 역사 논쟁 △미국: 혈맹의 복잡한 속마음 △정전협정: 사라진 한국전쟁 2년의 기억 △베트남전쟁: 안보와 전쟁특수 사이 △경제성장: 신화를 넘어서 △5·16: 혁명이길 원하는 쿠데타 △햇볕정책: 그 기원은 1970년대 등으로 구성됐다. 그 제목만 봐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슈들임이 분명하다.
박태균 교수는 책머리에 실은 글을 통해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객관적이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배운다면, 이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며 “지금 한국의 역사는 신화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정치화된 신화는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2015년 6월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지난 6월 유시민 작가가 진행하는 유튜브(알릴레오 북’s)를 통해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시민 작가는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사전 지식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역사 연구자의 책”이라며 “학교 교과서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평하며 ‘이슈 한국사’를 추천했다.
필자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 ‘쉽게 쓰였다’는 점이다. 특히 아주 낯익지만 언제나 뜨거운 논쟁인 식민지 근대화론에 관한 생각을 조금은 더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태균 교수는 책에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고, 일본은 우리에게 근대화라는 선물을 준 나라라는 인식에 다다를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슈 한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새롭게 깨닫는 것도 많았다. 특히 정전협정이나 베트남전쟁 등이 그랬다. 저자는 정전협정에 대해 논하며 “우리가 아는 한국전쟁은 1950년 6월부터 1951년 봄까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나서야 중지됩니다. 그렇다면 1951년 봄부터 1953년 7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은 역사 속에서 그리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라고 서술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할 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근대국가 체계에서 정통성이란 기원을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근대국가에서 정통성이란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정통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핵심이 건국, 민주화, 산업화입니다. 건국, 민주화, 산업화가 상호작용하면서 정통성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라는 부분 등이 그것이다.
‘이슈 한국사’는 관련 협약이나 연설문 원문을 담아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도 실었다. △주한미국대사 하비브가 워싱턴 정부에 보낸 편지(전문) △평화통일 외교정책에 관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성명(부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유엔군과 북한 측 대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손을 잡은 남과 북의 정상 등이 그 예이다.
이 책을 펴낸 ㈜창비는 서평을 통해 “‘이슈 한국사’는 통사로서 한국 현대사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 대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10가지 이슈와 이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짚어준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10가지 이슈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국면과 사건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결하지 못한 역사는 그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서 여러 병폐를 일으킨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10가지 이슈는 제대로 해결하고 넘어가지 못한 우리 역사의 상처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책은 박태균 교수가 지금까지 연구한 성과의 엑기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한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간결한 해설이 돋보이는 책”이라며 “독자들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대사의 이슈들을 정리하고, 나름의 견해를 다듬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괜찮은 ‘역사’ 책 소개
△다시, 역사의 쓸모= 이 책은 대한민국 대표 역사 커뮤니케이터 최태성이 지난 5년간 새롭게 발굴한 역사의 쓸모를 담은 책으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답했던 전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에 역사의 지혜를 들여오는 방법’을 다룬다.
700만명의 가슴을 울린 명강의의 주인공답게 최태성은 수백 년 전 일에 생명을 불어넣고 현대에도 유효한 의미를 찾아 친절하게 풀어내는 탁월한 이야기 솜씨를 발휘한다. 여기에 그간 더 깊고 예리해진 시선과 한층 풍부해진 경험을 더한 ‘다시, 역사의 쓸모’는 지식을 넘어 삶과 세상을 탐구하는 도구로서 역사를 활용하는 품격 있는 역사 사용법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다시 한번 역사의 쓸모 세계로 초대한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 변화가 빠른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삶의 기준을 바로 세워줄 무언가다. 한두 달만 지나도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쏟아지는 정보들 대신 수백 년의 시간이 검증한 역사의 통찰에 몸을 기대어 보면 어떨까? 여전히 인간다운 삶의 쓸모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최태성은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다. 그는 고교 시절 성적이 잘 나와서 역사를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보게 된 5·18민주화운동 영상으로 그간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 다시 새로운 시선으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후 지난 30년간 고등학교 역사 교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 TV 역사 프로그램 진행, 역사 강연 등의 활동을 하며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이어왔다. 지금은 ‘역사란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임을 믿으며 과거의 시간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임진왜란上=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는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용한 박사와 대본을 쓴 조현영 작가가 뭉쳐서 쓴 전쟁사 시리즈이다. 한 권만 읽으면 전쟁사를 전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고, 인포그래픽을 도입했다. 전쟁사, 밀리터리 덕후, 역사 독자는 물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임진왜란上: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는 임진왜란을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이순신을 별도로 파헤친다. 이순신은 최고의 리더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가 전쟁 리더였다는 점을 다소 놓치고 있다. 이순신이 왜 그렇게 뛰어난 ‘전쟁’ 리더인지 밝히기 위해 임용한 박사는 조선 수군의 전력, 전술, 전투뿐만 아니라 일본군까지 자세히 살핀다. 또한 선조, 원균 등 여러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더 입체적으로 이순신을 그려낸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까지 몰랐던 이순신의 진짜 리더십과 임진왜란 당시 어떤 방식으로 전투가 펼쳐졌는지 등 다양한 통찰을 얻어갈 수 있다.
저자 임용한은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역사학자다. 그는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쟁과 역사’, ‘한국고대전쟁사’, ‘조선국왕 이야기’,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손자병법’ 등의 많은 저서를 출간해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은 임용한 박사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8000만이 넘는 화제의 프로그램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임용한TV’와 ‘인문채널휴’를 운영하고 동아닷컴 칼럼 ‘임용한의 전쟁사’를 연재하고 있으며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