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의 정신 무대에…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담았죠”
두 거장의 정신 무대에…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담았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8.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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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연’ 김수민 연출가, 이다운·문채원 배우
지난 27일 문화예술협동조합 컬처플랫폼 씨앗에서 만난 뮤지컬 ‘인연’의 주역들. (왼쪽부터) 왕후 역을 맡은 문채원 배우, 김수민 연출가, 연우 역의 이다운 배우.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7일 문화예술협동조합 컬처플랫폼 씨앗에서 만난 뮤지컬 ‘인연’의 주역들. (왼쪽부터) 왕후 역을 맡은 문채원 배우, 김수민 연출가, 연우 역의 이다운 배우.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4시와 7시 홍주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창작 미디어 뮤지컬 이응노, 한성준 ‘인연(人戀)’이 펼쳐졌다. 뮤지컬치곤 좀 짧은 90분 정도의 공연이었지만, 울림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내포뉴스는 이번 작품을 쓰고 지휘한 김수민 연출가와 무대에서 열연한 이다운·문채원 배우를 만나봤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컬처플랫폼 씨앗(대표 김수민)이 주최·주관한 작품 ‘인연’은 2024 홍주문화관광재단 지역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하나로 제작됐으며, 이응노 화백 탄생 120주년과 한성준 선생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김수민 예술가는 리플릿에 실린 글을 통해 “세계적인 두 예술가의 예술정신과 작품세계를 새롭게 스토리텔링 해 공연을 만들게 됐다”며 “이응노 화백과 한성준 선생의 예술세계를 새로운 다원예술로 확장하고자 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두 거장의 세계를 재해석하며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궁금했다. 김수민 연출가는 “이응노와 한성준 선생은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모두 즐거운 날을 꿈꿨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그런 것을 오브제로 사용해 이야기를 썼다”며 “그래서 마지막 부분의 ‘누구나 사랑하는 소중한 마음, 그걸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 등의 대사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적으로 해석해 무대를 만들지만, 그분들의 예술정신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도 컸다”고 더했다.

이번 작품 ‘인연’은 기획 기간이 꽤 길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고 음악 작업 등은 두 달 남짓, 실제 연습은 한 달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김수민 연출가는 “오디션 공고를 올린 게 7월 초, 연습을 시작한 게 7월 말이었다. 공연이 8월 23일이었으니, 너무 바쁘게 돌아간 셈”이라고 말했다.

깊은 고민 끝에 완성한 무대에 대한 평가도 물었다. 김수민 연출가는 “허점이 많았다. 또 연우가 어떻게 궁으로 가게 됐는지, 왕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등 내용상 생략된 부분도 많다. 급하게 작업하다 보니 음악과 무용도 디테일이 부족했다”며 “예산상의 한계도 있었다. 재공연을 하게 되면 더 다듬고 싶다”고 답했다.

작품 ‘인연’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별의 아이’ 연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우 역을 맡은 이다운 배우(32)는 “연우는 어렸을 때 버려졌지만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인물이다. 전란의 시대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인물이다. 나 역시 그런 것을 소중히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다운 배우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컬처플랫폼 씨앗의 부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한성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후 연극을 하다 김수민 연출가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뮤지컬에 입문했다.

이다운 배우는 “뮤지컬은 더 부담이 컸다. 연극 대사나 무용 동작과는 달리 노래는 틀리면 누구나 바로 알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번 공연 음악감독을 맡은 청운대 이승용 교수님에게 주 4~5회에 레슨을 받으며 노력했다. 이번 공연은 60점쯤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함께 걸어갈 세상’이다. 작품의 메시지가 가장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더했다.

끝으로 이다운 배우는 “더 큰 무대에 서는 게 꿈이다. 류승범이나 톰 하디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 ‘인연’을 본 사람이라면 ‘왕후’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악의 축을 맡은 문채원 배우(27)는 “자기의 욕망을 위해 인정사정없이 주변을 이용하는 인물이고, 연우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다. 그건 결핍을 어떻게 풀어냈는지의 차이라고 해석했다”며 “확실히 차이를 주고 싶었다. 악독할 거면 더 악해져야 한다고 여겼다. 공연이 끝나고 나니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에서 뮤지컬을 전공한 문채원 배우는 지금까지 5개 정도의 작품에 참여했다고 하며, ‘씨앗’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문채원 배우는 “독보적인 음색을 가진 레아 살롱가란 배우가 롤모델”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메마른 땅에 자유를 외치리’다. 합창곡을 좋아하기도 하고, 작품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느껴졌다”고 더했다.

뮤지컬 ‘인연’의 시간은 앞으로 더 이어질 것 같다. 김수민 연출가는 “충남도와 충남문화관광재단, 홍성군의회 등의 후원으로 재공연을 할 것 같다”며 “구체적 시기나 장소는 미정이다. 지난해 고려인 후손들과 협업했던 카자흐스탄도 다시 가보고 싶고, 이응노 화백과 인연이 깊은 파리도 좋을 것 같다. 반응은 나쁘지 않은데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수민 연출가는 “청년들이 뭔가 할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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