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홍성의 5개월 좋은 기회 될 것”
“어머니의 나라… 홍성의 5개월 좋은 기회 될 것”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8.1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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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첫 국제작가’ 카야 클라라 주
오스트리아서 7월 초 한국행… “거닐며 느끼는 작품 구상”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첫 국제작가인 카야 클라라 주는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오는 11월까지 한옥 스튜디오에 머물 예정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첫 국제작가인 카야 클라라 주는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오는 11월까지 한옥 스튜디오에 머물 예정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고암 이응노 화백 탄생 120주년을 맞은 2024년, 홍성군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는 세계로 문호를 넓혔다. 사상 첫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국제작가 모집에는 11개 나라의 작가들이 문을 두드렸고, 1차 서류·2차 대면(화상 면접·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오스트리아의 카야 클라라 주(33)가 선정됐다. 그는 오는 11월까지 한옥 스튜디오에 머물게 된다. 내포뉴스는 지난 7월 31일 그녀를 만났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아날로그 필름 영화사를 주로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오스트리아 국적 아버지와 콘서트 피아니스트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았다. 그는 그래픽·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위가 있으며, 이후 빈대학에서 연극·영화 및 미디어 과학을, 빈 응용예술대학에서 미술(사진)과 학제 간 예술을 공부했다. 영어와 오스트리아어는 유창하지만, 한국어는 아직 조금 서툴러 이응노의 집 이진솔 학예사가 인터뷰를 도와줬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한국은 국적(하프 코리안)뿐 아니라 심적으로도 친숙한 나라”라며 “20번 정도 한국에 왔는데 대부분 친척이 있는 서울이었다. 그것도 1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응노 화백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갇힌 후에도 간장 소스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티스트의 삶을 이어갔다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이응노의 집 레지던시가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해 지원했다”고 더했다.

그는 지원 서류를 통해 “어머니의 나라에서 일하고 거주할 수 있다면 제 작업에 대해 더 넓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7일 이응노의 집 창작스튜디오 합류가 확정된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7월 9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3년 만의 한국행은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많이 울었다. 못 보고 있던 나의 한 부분을 찾아가는 기분이었다”며 “이곳에 와서는 홍성의 아름다움에 감명받았다. 오스트리아는 드라이한 곳이라 한국의 장마철 날씨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문화와 사회적 행동에 관해 탐구하며 이를 사진이나 설치 미술 등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그는 “철판이나 컨베이어 벨트 같은 무겁고 산업적인 재료로 일상 속 반복의 시(아름다움)를 보여주고 싶다”며 “오스트리아에서 온 나에겐 새롭지만, 한국인에겐 익숙한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농사에 쓰는 검은 망이 내 작품에선 풍경이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큐레이터 겸 평론가인 피오나 리베어는 파르나스 매거진에 실린 글을 통해 “그녀는 아날로그 사진의 강력한 시간 기반 이미지 생성 프로세스에서 시작해 라텍스, 직물 또는 금속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변화·쇠퇴하는 특성이 있는 소재를 변형하는 실험을 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번 홍성행뿐 아니라 예술가의 삶에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어머니는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다가 스물다섯에 미술대학에 지원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그래픽 디자인도 창의적인 일이지만, 고객의 니즈에 맞춰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응노의 집에서 약속된 시간은 5개월이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너무 짧아 아쉽다”라면서도 “홍성우체국 인근 철물점 등이 감명 깊어 여러 번 다녀왔다. 전시 공간을 거닐며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구상 중이다. 메시지는 미정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하던 걸 그대로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원 서류를 통해 “시아노타입 사진 기법을 사용해 크고 작은 드로잉과 조각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개별 조각들을 꿰매 회화와 설치 오브제를 만들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응노의 집 이후의 시간에 관해 묻자 “고민 중이다. 어머니가 한국 국적이라 좀 오래 머물 수 있는 비자를 받았다. 한국 체류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오스트리아로 가든 한국에 남든 생애 첫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끝으로 오스트리아 여행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카야 클라라 주 작가는 “오스트리아는 바로크 건축이 유명하다. 빈 올드타운 중심가를 추천한다”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커피와 애플파이 비슷한 전통 디저트도 참 맛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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