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2명 집집이… 김영서 사무국장 “마을 오롯이”
예산군 삽교읍 방아리를 담은 ‘마을과 사람’을 펴보니 옛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1935년 좌방·삽교·양막 교회 연합 야유회, 1972년 새마을운동, 1999년 신흥사 관광, 2022년 KBS ‘한국인의 밥상’ 촬영 등 시대가 펼쳐졌다.
신양면 대덕2리를 써낸 ‘마을과 사람’에는 이강인과 함께 2019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뛴 스포츠 스타가 있었다. 전주이씨 덕천군파 후손, 말골 서순훈 여사의 손자. 차세대 국가대표 골키퍼 이광연 선수를 배출한 게 바로 이곳이다.
예산군과 예산군행복마을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지난해 12월 27일과 올해 1월 10일 대덕2리와 방아리에서 공동체 유산기록 ‘마을지’ 발간 출판기념식을 열었다. ‘마을과 사람’이란 제목의 이 책은 2018년 봉산면 사석리를 시작으로 해마다 1~2개 마을을 담아내고 있다. 센터는 △2019년 대술면 화산리·신암면 계촌리 △2020년 삽교읍 송산리 △2021년 신양면 시왕1리 △2022년 광시면 관음리·예산 상설시장 등을 기록했다. 더불어 신암면 계촌리, 신양면 무봉리·차동리·황계리, 대흥면 대률리, 대술면 마전1리 등은 외부 용역을 통해 마을지를 발간했다.
이 사업은 마을공동체만의 역사와 문화, 유산, 주민들과 그들의 삶을 미래 자원으로 남길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다. 센터 김영서 사무국장은 “보통 3월쯤 마을을 선정해 11월 발행한다. 지난해는 여러 일정을 맞추다 보니 출판기념회가 늦어졌다”며 “대상을 정하면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과 대면해야 할 활동가들을 소개한다. 이후 마을 편집위원회를 꾸리는데 위원회는 최종 교열을 맡는다. 또 마을 역사를 정리해 줄 향토 사학자를 섭외하고 옛 사진을 모은다. 활동가들은 설명회 후 집집이 다니며 사진을 찍고 인터뷰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서 사무국장은 “마을지 발간을 시작할 때는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담으려 했다. 그런데 근현대사를 들려줄 어르신들이 타계하셔 현재 모습을 기록하기로 한 것”이라며 “초창기 인터뷰는 집안 자랑이 주를 이루기도 했고, 그게 이웃 갈등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정착 시기와 결혼, 자녀, 취미,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을 묻는다. 공동체 회복이란 목적을 위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센터를 찾았을 때 이번 방아리와 대덕2리의 ‘마을과 사람’을 선물로 받았다. 책은 기대보다 더 잘 짜여 있었고, 특히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 좋았다.
센터 김영서 사무국장의 책에 대한 애착도 컸다. 그는 “주민들도 자신의 사진이 실린 책을 보면 좋아하고, 마을에 대한 소속감이 커지는 것이 느껴진다. 출판기념회는 말 그대로 마을 잔치”라며 “군지·면지는 많아도 이렇게 오롯이 마을을 담는 건 드물다. 이건 기록이자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에 315개 마을이 있는데 다 하고 싶다. 계속 잘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가호호 다니며 시간과 기억을 빌리는 일인 만큼 어려움도 컸다. 김영서 사무국장은 “주민들과 일정을 맞추는 게 사실 젤 어렵다. 또 밭일하고 와서 너무 추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진 찍기를 고사하는 분도 더러 있다”며 “마을 1곳은 보통 70가구다. 활동가 둘이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가정에 방문할 때 부녀회장이나 이장님이 동행하는데 그분들도 고생이 많다”고 전했다.
예산을 더 행복하게 하는 마을지 발간에는 강은주·이정호 활동가가 참여 중이다. 강은주 활동가는 방아리 편집 후기를 통해 “방아리에는 웃음이 메아리친다. 서로 챙겨주는 마음에 감동이 느껴졌다”고 전했고, 이정호 활동가는 대덕2리 에필로그를 통해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건 건강과 행복뿐이라는 한결같은 대답은 언제나 마음을 울린다”고 남겼다.
앞서 말했듯 마을지는 그곳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방아리 ‘마을 사람들’ 중 김길전·이만규 부부 인터뷰를 발췌하며 기사를 마친다. 효림리와 목리에서 태어난 김길전·이만규 씨는 남편 28·아내 23세에 결혼해 서천 바닷가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은 풍요롭고 넉넉한 가을을, 아내는 마음을 평온케 하는 봄을 좋아한다. 일하고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호박 넣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이면 꿀맛이라며 칭찬했다. 현재는 부인이 아파 남편의 사랑으로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