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政治)에 품위(品位)를
[기고] 정치(政治)에 품위(品位)를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1.2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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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국제변호사

사사건건 시비에 대한 공포증으로 말미암아 야당은 더욱더 극렬 야당으로, 여당은 더욱더 극렬 여당으로 여기서나 저기서나 강경론만이 기승해 극단적인 대립을 첨예화해 그 영향이 국민을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놓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여야의 모든 정치인의 양식과 균형감각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이때 경솔하고 무책임한 말의 응수로 이 어려운 상황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정치인이 대접받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과문(寡聞)의 탓인지 근대적 정치질서가 제대로 잡힌 나라일수록 정치인들이 정치인들 나름의 대접을 받는 것은 다른 직업인의 경우와 대차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치인이 권력장악을 지향하는 데서 오는 것인지 여나 야나 가릴 것 없이 특별한 인상을 풍기고, 녹록(碌碌)지 않은 사람들로서 대접받고 있고 어쩌면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이 남아서 정치인들은 통틀어 ‘관’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제 손으로 낟알을 짓거나, 무엇을 만들어 내거나, 누구를 가르치거나, 글을 쓰거나 해서 먹고사는 뚜렷한 직업인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뭔가 큰일을 하는 사람들’로서 제아무리 자기는 민중의 한 사람을 자처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민중은 자기들과는 다른 높고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치인이 정치적으로서의 자부를 가지고 자기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려고 하면 보통의 일이 아니며 일반 국민으로부터 높고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 그래야만 이 나라는 정치 선진화의 길이 열린다. 선진국의 경우와는 달리 정치인을 유별나게 받들어 모시는 이 나라 국민 일반의 마음가짐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어디까지나 정치인들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계의 품위가 이제 이쯤 떨어졌는가 싶어 장탄식을 금할 수 없다. 사람에게는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다고 하지만 정치인의 말이야말로 할 말 못 할 말을 가려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말은 곧 정치 행위인 까닭이며 시정인(市井人)의 경우와는 달리 그 영향력이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농담이라고 들어넘길 수 없는 것도 누구 못지않게 발언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정치인의 말이 그렇게 경망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까닭이다.

현재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천한 말에 대해 그런 상스러운 말이 진담이건 농담이건 간에 오고 가게 된 오늘날의 정계의 품위를 위하여 슬퍼하는 것이며, 그런 품격이 낮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나라의 국민이어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늘 극단과 극단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언동이 아니면 먹혀들어 가지 않는 풍조가, 어느새 사태를 온당하게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인 자신의 품위 문제인 것이다.

토드 메이가 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이란 책을 권하고 싶다. 부담스러운 이타주의보다는 도덕적 품위의 관점에서 우리의 삶에 접근하고 도덕적 순수함과 타락의 양극단 사이에 있는 도덕적 생활에서 ‘품위 있음’이라는 틀을 제시하는 책에서 배워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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