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 ‘아니면 말고’ 무책임 행정
충남도의 ‘아니면 말고’ 무책임 행정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3.11.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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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 송풍마을 우회도로 10년간 ‘밀실’ 계획
주민들 반발, 갈등도 야기… 道 “전면 재검토”
홍동면사무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주민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홍동면사무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주민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충남도가 홍동면 소재지 송풍마을 우회도로 개설계획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사실상 철회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 계획은 10년 전부터 해당마을 주민들도 모르게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주민 갈등을 유발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도는 지난 27일 홍동면사무소 강당에서 지방도 609호선 중 면 소재지 우회도로 개설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했다. 송풍마을 입구 부부농장 앞에서 오른쪽 농노를 거쳐 풀무학교 전공부 입구 군도와 교차로를 만들고 갓골마을을 관통해 홍동농협 유기질비료공장 앞 지방도로 연결하는 길이 1.62㎞, 폭 10m 2차선도로를 개설해 비좁고 위험한 소재지의 교통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갓골마을 깊은 곳에는 7m 높이로 흙을 쌓아 관통하는 도로로 2024년 12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갓골관통도로저지대책위원회(대표 이재혁)’를 결성하고 반대 서명에 들어갔으며 설명회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황연동 송풍마을 이장은 “마을총회를 두 번 열었으나 찬성하는 한 주민과 심한 싸움이 벌어졌다. 왜 마을에 필요 없는 사업으로 주민 갈등을 일으키냐”고 항의했다. 조영희 창정마을 이장은 “창정마을을 셋으로 갈라놓는 계획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참가자 수십명 중 찬성 의사를 밝힌 주민은 한 사람도 없이 전원 반대 의사를 확인한 박중호 충남도 건설본부 도로건설과장은 “다수의 주민이 반대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반대하는 주민들의 자필 서명서를 모아 제출하면 김태흠 지사에게 보고서를 올려 전면 재검토 절차를 밟겠다. 사업을 확정해도 주민들이 트랙터로 가로막고 반대하면 못 하는 것 아닌가. 12월 4일까지 많은 분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혁 대책위원장은 “현재까지 10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의 홍동우회도로 건설계획은 결국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계획은 10년 전부터 주민들 모르게 추진돼 온 사실이 드러나 ‘아니면 말고식 밀실 행정’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박 과장은 설명회에서 “10년 전 주민 건의를 받은 사업으로 계획과 예산이 확정돼 지난해 김태흠 지사가 홍성주민과의 대화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주민이 어떤 방식으로 건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태기 홍동면장도 전혀 몰랐던 사업이라고 말했다.

저지대책위는 용역착수 보고서를 통해 지난 6월 29일부터 설계용역이 시작됐으며 10월 10일 전후로 한국농어촌공사, 국립생태원, 충남도 산림과 등과 협의하는 등 상당 부분이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 설명회에서 박현미 풀무학교 교장은 “지난 10월 중순 처음으로 공문을 받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로에 편입되거나 영향받는 풀무학교 실습 농지는 4200여평에 달한다.

홍동면 운월리 창정 갓골은 1979년 네델란드 정부 산하 기독교봉사단체인 I.C.C.O 지원금으로 1만 7080평을 매입해 풀무학교 전공부, 정농회전국본부, 씨앗도서관, 풀무학교 생협 매장, 밝맑도서관, 갓골어린이집 등을 짓고 귀농·귀촌인 등 24가구가 입주해 교육 공동체 마을로 각광을 받아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견학하는 곳이다.

홍순명 전 풀무학교장은 “2018년 홍동을 방문한 I.C.C.O의 알버스베르그(Arbersberg) 사무국장이 국제기구와 지역주민 협력으로 이룬 갓골과 홍동의 농촌지역 개발사업은 I.C.C.O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홍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글을 저지대책위에 보내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주민 K씨(64)는 “평지풍파를 일으켜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든 관련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동 소재지 우회도로 예상 노선(저지대책위 재구성). 대책위 제공
홍동 소재지 우회도로 예상 노선(저지대책위 재구성). 대책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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