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ASF 전파·농작물 피해”… 근거는 불확실
엽사 포상금 590억… 동물보호단체 “정책 재고해야”

정부는 야생 멧돼지 포획 사업을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된 2019년 후에는 정부 포상금까지 주고 있다. 내년 봄 집중 포획 기간에는 마리당 10만원을 더해 30만원을 지급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 포획의 근거는 확실치 않다. 내포뉴스는 이번 호부터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발생 후 사살된 멧돼지는 전국적으로 35만 마리에 달하며, 엽사(사냥꾼)들에게 지급된 포상금은 무려 590억원이다. 충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에 따르면 ASF와 멧돼지의 관련성이 제기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홍성에서만 2만 4000여 마리가 사살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상관이 없는 고라니의 사살률은 멧돼지의 3배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한 해 10만 마리의 고라니가 목숨을 잃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세운 야생동물 대량 포획의 이유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농작물 피해 예방이다.
환경부는 야생 멧돼지가 농장에서 기르는 사육 돼지에 ASF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부 야생동물 질병관리팀은 지난 14일 내포뉴스와의 통화에서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 확인 후 인근 농가의 돼지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멧돼지를 통해 감염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멧돼지가 사육 돼지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옮긴다기보다는 다른 동물의 폐사체나 사람의 신발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며 “유럽 등 다른 나라도 일반적으로 ASF는 멧돼지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와 관련한 명확한 근거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약 5년간 전국에서 확인된 ASF 멧돼지는 3283건이다. 같은 기간 사육 돼지 발생은 38건으로 나타났다. 사육 돼지 감염 지역은 파주와 연천·포천·강화·화천·영월·양구·철원 등 경기·강화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4건, 2020년 2건, 2021년 5건, 2022년 7건, 2023년 10건 등이다. 35만 마리의 멧돼지가 사살됐지만,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도내 15개 시·군에선 단 1건의 사육 돼지 ASF 감염 사례도 없었고, 사살된 멧돼지 사체에서 발견되지도 않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의 멧돼지 사살 정책에 대한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충남동물행복권연구소는 “개발과 개간이라는 명목으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 대가 등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며 “정부가 지향하는 반 생태적이고 비효율적인 대량 학살을 당장 멈추고 공존과 상생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의 멧돼지 사살 포상금은 국비 20만원과 군비 10만원 등 30만원이며, 고라니는 3만원이다. 예산군은 멧돼지 30만원과 고라니 5만원이다(이상 마리당). 홍성군은 엽사 40명, 예산군은 법적 최대 인원인 50명을 운영 중이다.
야생동물로 인한 홍성군 농작물 피해 보상 농가는 2020년 6농가, 2021년 3농가 등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21농가, 1200여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