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위해 상담 공부 시작… “전문 상담사, 15년”
1388 활동 등도… “희망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
내포뉴스는 2021년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 조현정)와 함께 연간기획 ‘동행’을 연재한 바 있다. ‘동행’이란 타이틀에는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내포뉴스는 2023년 또 한 번의 ‘동행’을 한다. 올해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발걸음을 지켜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내포뉴스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전하고 있는 두 번째 동행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이명숙 상담사(청소년 동반자·61)이다. 그는 ‘상담사’란 직업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원하고 있었다. 그건 아이들을 위한 바람이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인 이명숙 상담사는 광천에 있는 사무실(광천청소년문화의집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광천은 이 상담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광천제일고(현 충남드론항공고)를 나와 혜전대에서 교육학을 공부했고, 전문적인 상담사의 길로 들어선 건 15년쯤 됐다.
이 상담사는 “서른에 결혼 후 아이들 양육에 도움이 될듯해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점점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고, 그게 현재까지 왔다”며 “가끔 봉사활동으로 해오다가 15년쯤 전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1년이면 최소 24명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참 많은 아이를 만났고, 참 많은 마음을 보게 됐다”고 더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이들이 시간 속에 새겨져 있지만, 첫 인연은 조금 더 각별했다. 그가 처음 마주한 건 ‘은둔형 청소년’이었다. 이 상담사는 “이혼가정 아이로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고1 여학생이었는데 문도 안 열어줘 애를 먹었다”며 “3개월 정도 상담했는데 얼굴보다 발바닥이 기억난다. 항상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불안과 부족한 보살핌이 문을 닫게 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 상담사는 “사실 상담다운 상담은 못 했다. 그저 옆에 앉아 있어 주고, 나 혼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시간이 되면 인사를 건네고 다음을 약속했다”며 “이후에 염운섭 상담사(전 홍성군청소년수련관장)가 관계를 이어갔고, 그 아이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렸다고 전해 들었다. 대학 졸업 소식까지만 알고 있다. 잘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 상담사는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도 꺼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상담했던 아이인데 성인이 된 후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이 상담사는 “스물쯤 돼 다시 찾아왔다. 복잡한 가정사 때문인지 망상이 조금 있는 아이였다”며 “센터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줬다. 지금도 가끔 얼굴을 본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상담의 ‘성공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이 없는 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는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어떤 ‘계기’ 같은 걸 만들어주는 일”이라며 “상담했던 아이를 우연히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밝은 모습인 경우가 참 많다”고 뿌듯해했다.
이 상담사는 홍성군청소년수련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지원협의회 활동도 10여년째 하고 있고, 홍성군 1388청소년지원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정서적 상담도 좋지만, 물질적 도움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며 올해 1388을 통해 만난 신기한(?) 인연을 소개했다.
이 상담사는 “올해 1388은 멘토-멘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내 짝이 스무 살에 다시 찾아왔다는 바로 그 아이의 동생이었다. 참 얄궂은 인연”이라며 “올해 1388 활동 중엔 삼겹살 데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날 아이들은 온종일 웃었고, 쉼 없이 이야기했다. ‘가정에서도 이런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에게 혹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부모와 많이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물론 어른들의 몫이 더 큰 것임은 전제하고 말이다. 이 상담사는 “아이들은 ‘집에 이야기해도 소용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 가정에 문제가 없다면, 부모가 그 역할을 더 잘한다면 상담사란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며 “상담해보면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되고, 가족여행을 한 번도 못 가본 아이도 많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없다. 답답한 마음에 잠시 다른 곳을 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숙 상담사를 처음 알게 된 건 첫 번째 ‘동행’이 진행되던 2021년 가을이었다. 당시 고교 2학년 주호(가명)를 만났고, 주호를 돕고 있던 게 이명숙 상담사였다. 그때 주호에게 ‘10년 후’를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지금보단 즐겁게 살고 있을 것’이었다. 주호를 비롯한 모든 아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때쯤엔 상담사란 직업이 낯설어지길 바란다.